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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기타에 관한 지난 날의 기억

기타평민 2017. 4. 15. 11:00

어린 날. 기타의 기억...

 

 제가 기타라는 악기를 잡게 된 큰 이유는, 아마 친형의 영향이 컸을 거로 생각합니다. 저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형은, 기타를 치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제게 종종 보여주곤 했었죠. 기타라는 악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어떤 감성을 지녔는지... 어렸지만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종용의 '겨울아이' 는 아직도 원곡보다 형의 버전으로 귓가에 남아 있습니다.

 

 

 

형의 기타를 버리다.

 

 기타를 잡고 몇 년인가 흘렀을 때였습니다. 지금도 그리 침착하거나 노련하지 못했지만, 그때의 저는 더욱 서툴고 어리석었죠. 기타라는 악기가 손에 조금 익었고, 어느 정도의 리페어는 대부분 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본가의 장롱 위에 수북한 먼지와 함께 잠자고 있던 형의 기타를 대면하게 됩니다.

 

엄청난 먼지와 더는 어찌할 수 없는 넥, 그 당시의 저에겐 절대 회생이 불가능한 기타였습니다. 거기서 저는 기타를 청소하던 도중 '이 기타를 안 되겠다. 회생 불가능해.' 라며 사망선고를 내리고, 바로 마당의 쓰레기통 위에 올려놨습니다. 그렇게 저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타를 버려봤습니다.

 

 

선무당이 기타 잡았다.

 

며칠 뒤, 본가에 내려왔던 누나가 이런 얘기를 저에게 합니다.

 

"그걸 버렸어? 그래도 형한테는 추억의 물건일 텐데...".

 

탓하지도, 화를 내지도 안았지만, 그 말은 제게 조금 크게 남았습니다. 정작 당사자인 형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굳이 말하자면 쿨 했지만, 아직도 저는 그 날이 후회스럽습니다. 그리고 기타라는 악기를 더욱 많이 알아가고, 나름대로 능력이 좋아질수록 그날 일이 더 후회되기 시작했죠. 왜냐하면 지금의 저라면 그 기타에게 사망선고 따위는 내리지 않았을 테니까요. 어설프게 배운 선무당이 잘 자고 있던 기타에서 '이 놈은 죽었어' 라고 했으니... 그날의 저를 생각하면 너무나 한심하고 부끄럽습니다.

 

 

 

언젠가...

 

 이런 일들이 있어서 그런지, 요즘도 저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버려진 기타를 보면 잠시 걸음을 멈추곤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형에게 새로운 기타를 선물해주고 싶네요. 그런 날이 있겠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