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딩/쵸킹/기타 줄을 들어올려라! 이게 말인가? 당나귀인가?
기타평민의 옛 추억 이야기...
벌써 10년도 훨씬 지난, 옛 추억이 되어버린 이야기입니다. 열심히 연습하던 도중 왜 이 기억이 떠올랐을까요. 기타라는 악기를 처음 시작하던 시절, 앰프까지 포함해 10만원짜리 펜더 스트라토 캐스터의 카피 기타를 품에 안고 컴퓨터 앞에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지금 봐도 굉장히 어렵게 쓰여진 교재는 보기도 싫었고, 어떻게든 빨리 치고 싶다는 생각에 PC 통신으로 얻어진 정보로 깔짝깔짝 기타를 만지작거렸죠.
사실 생각해 보면 그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레슨을 알아봐도 괜찮을 것이고, 좋은 책을 찾는 것에 집중했어도 좋을 것인데... PC 통신에 있는 짧게 정리된 레슨 글들이 왜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였는지... '손가락을 들어 올려 지판을 망치처럼 때린다.', '지판을 할퀴듯 손가락을 떼어낸다.' 음... 눈치채셨겠지만, 해머링과 풀링의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동영상이나 레슨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이런 소리를 들었다면 오~ 했겠지만,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사진도 없는 PC 통신상에 저 글 하나였습니다. 화룡점정은 밴딩이었습니다. 당시엔 쵸킹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죠. '손목을 이용해 줄을 들어올린다.' 와우! 브라보! 무슨 테크닉이기에 줄을 들어 올리지? 엄청난데? 근데 어떻게? 이렇게?
들어올리다!!!
네. 맞습니다. 정말 사진처럼 들어 올렸습니다. 테크닉이 될 리 없겠죠. 쵸킹이란 녀석은 글로만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테크닉이었습니다. 레슨을 받고 제대로 기타 치기 전까지는 전 저 사진이 왜 웃긴지 몰랐습니다.
글에는 힘이 있고, 그 힘은 굉장히 오래 갔습니다.
그래도 레슨 받으면서 이제 좀 '나 그래도 적당히 괜찮은 초보야.' 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의 실력이 되었을 때, 물론 밴딩도 어느정도 구사할 때, 어느 날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밴딩... 줄을 들어올린다. 근데 줄을 끌어 내리면...? 아! 그것도 밴딩이고 음이 올라가겠구나.' 라는 맞지만 이상한 생각이었습니다. 이상했던 부분은 '줄을 끌어 내려도 음이 올라간다' 였죠. 줄의 장력에 변화를 주어 음을 끌어올리는 것이 밴딩인데, 자신도 모르게 줄을 위로 밴딩하면 음이 올라가고, 줄을 아래로 끌어내리면 음이 내려간다는 어마어마하게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거나 이거나;;;
이게 다 '밴딩은 손목으로 줄을 들어올린다!' 라는 한 마디 때문에 생긴 고정관념이었던 거죠.
어린 시절 X 세대의 길을 나름 콧대 높여, 잘난 체 하며 살아온 제가 해봤던, 지금 생각해보면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의 삽질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동영상도 많고, 교재들도 많아서 저 같은 이상한 행동 하시는 분들이 드물겠지만... 음... 아마 이 글 읽으시는 분 중, 있으시죠? 요런 이상한 경험? 괜찮아요. 솔직히 털어놓으면 마음 편해요~ 있잖아요? 저뿐인가요? ㅠ_ㅠ
갑작스럽게 떠오른 추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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