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공부방/연습일지

아직도 나에겐 굳은살과 물집이 필요하다?

기타평민 2017. 4. 4. 10:00

이제 저와는 조금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기타를 치는 초반에 익숙하지 않은 프레이즈와 아직까지 그다지 데미지를 받아보지 못한 손끝의 야들야들한 피부는, 얇고 피부를 파고드는 듯한 기타줄의 공격을 견뎌내기엔 몹시 허약합니다. 덕분에 조금만 많이 연습한다고 하면 금방 물집이 잡히고, 터지고, 잡히고의 반복이죠.

 

하지만 대단한 메커니즘을 지닌, 사람의 몸은 그 고통을 계속 두고 보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해당 피부를 강화하고, 두껍게 회복시키면서 '굳은살'이라는 대단한 장갑을 만들어내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고통에서도 조금씩 멀어지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물집이 마구 생길 때의 마음가짐도 조금씩 바뀌면서요. ㅎ

 

저도 오랜 시간 연주하면서 물집도 많이 잡혔었고, 그 물집이 터지고, 그곳에 다시 물집이 잡히고, 가끔은 피도 나면서 결국 굳은살로 귀결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고통을 겪는 일은 적어졌고, 이제는 물집이 잡힌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 정도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_-+

 

 

물집이 잡힌 곳은 혐오스러울 수 있기에 모자이크 처리!

사실 이미 터졌습니다.;;;;

 

 

네. 전 아직도 물집이 잡힐 곳이 있더군요. 오랜만에 연주한 프레이즈는 저에게 '너는 아직 물집이 잡힐 곳도, 굳은살로 무장할 곳도 천지삐까리하게 많아!!' 라고 말해주더군요. (뭔가 사투리가 좀 더 있어 보일 것 같아서...). 예전엔 물집이 잡히거나 피가 나면 아파서 짜증 나곤 했는데, 요즘은 이 아픔이 익숙하고, 뭔가 좋네요. (절대 그런 취향은 아닙니다!). 부족하고 단련할 곳도 아직 많은 것 같아, 부끄러우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드는 요즘입니다.

 

소독하고 연고 바르고, 적당히 괜찮아지면 또 연습하겠죠? 그렇게 오늘도 굳은살을 조금씩 쌓아갑니다. 아마 연주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것 같아요. 굳은살이 조금씩 쌓여간다는 것이 어떤 것을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인지. 언젠가 제 굳은살도 좋은 톤을 내는 악기가 되길 바라보면서, 물집을 만들어준 프레이즈를 다시 연주해봅니다.

 

아우 쓰라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