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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합주실의 기억 (부제 : 아지트가 필요했다)

기타평민 2020. 12. 16. 18:00

우리에겐 아지트가 필요했다.

약 15년 전 이야기다. 첫 밴드를 만들고 렌탈 합주실 몇 번이나 빌렸을까? 그 당시, 밴드의 붐이라면 붐인 시대였기에 좋은 합주실은 예약이 쉽지 않았다. 시간당 1~2만원 수준의 금액, 예약을 해도 기껏해야 2~3 시간. 열정뿜뿜이었던 우리에겐 부족했다.

 

개인적으로 밴드는 실기적 연습도 중요하지만, 맞추면서 각 파트와 대화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제한이 있는 합주실을 렌탈하다보니, 그 시간이 아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당장 '장소와 악기(앰프와 드럼 PA 등) 를 빌렸으니 뽕을 뽑아야지.' 라는 생각 때문에 깊은 대화보다는 무조건 연주로 방향이 잡혔다.

 

우리에겐 합주실이 필요했다. 당시 밴드는 그럴만한 자금적 추진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열정' 이라는 MSG 는 결국 우리의 아지트를 건설하는데 큰 힘을 발휘한다. 

 

공사 전, 합주실 사진들.

 

그래도 싸야 한다. 

그 당시 스승님의 밴드와 내가 속해 있던 밴드까지. 총 2개의 밴드, 도합 10명에 가까운 인원이 합주실 제작+섭외에 참여했다. (이후에 추가로 한 팀이 더 합류하여 총 3개의 팀이 사용했다.) 아무리 많은 인원이 1/n 을 한다고 해도, 고정지출이 생기기에, 될 수 있으면 싼 장소가 좋았다. 

 

열심히 부동산을 돌아봤고, 7호선 신풍역과 보라매역 사이의 건물 지하를 섭외할 수 있었다. 무려 200 / 20 이란 가격으로 말이다. 처음은 200 / 30 이었지만, 어디서 그런 호기가 나왔을까? 20만원으로 해달라는 필자의 한마디에 주인분은 흔쾌히 계약을 진행해 주셨다.

 

 

 

대략 이런 구조로 작업했다.

본격적인 작업!!

합주실 제작은 직접 진행했다. 방산 시장을 돌아보며 자재들을 구했고, 시간 잡고 모여 망치와 드릴을 들었다. 기둥을 세우고, 벽을 만들었고, 그 벽에 방음을 진행했다. 그렇게 합주실+휴게실까지 완성되었다.

 

열심히 작업 중인 맴버들. 초상권으로 스마일.

 

아지트는 여러 가지를 제공했다.

합주실을 제작 후, 우리에겐 확실히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합주를 하고, 휴게실로 나와 토론도 하고, 밥도 먹고 술도 마셨다. 큰 합주실은 아니었지만, 아지트로서의 능력은 충분했다. 무엇보다 많은 추억들이 만들어졌다.

 

합주 중, 한 컷.

합주실의 마지막...

시간이 흐른 뒤, 합주실을 가장 먼저 떠난 건 우리 밴드였다. 악기 공유와 렌탈합주실과의 사운드 차이, 그 외에도 많은 이유로 우리는 합주실을 떠났다. 나머지 팀에게 소유권을 넘겼고, 남아있던 밴드도 잘 사용하다가 완전히 새로운 팀에게 합주실을 넘겼다.

 

그렇게 몇 번 주인이 바뀌었을까? 지금은 재개발로 그 합주실은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이제는 기억과 사진으로만 조각조각 남아있는 우리의 첫 합주실. 앞으로도 이곳에 정리할 기회가 더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쌓은 곳이기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