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를 배우고, 자신의 것을 쌓고, 그것을 나누기 위해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굉장히 숭고하고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에겐 기타 레슨이라는 것은 단순히 기타 테크닉 뿐 아닌,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삶의 가르침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타를 처음 잡았던 때가 기억이 납니다. 고등학교 시절, 나름 그 당시 실용음악학원이라는 생소한 학원에 등록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1:1 개인레슨이라는 시스템을 처음 접해보았고, 첫 스승이 될 뻔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스승이라 칭할 수 없는 분이기에, 최대한 사람에 대한 존경을 담아, 그 '분' 이라고 칭하겠습니다.
처음 만난 그 분이 저에게 했던 말이 참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 불쾌한 말투와 억양 아주 또렷이요. 네. 제 첫 레슨의 기억은 굉장히 안 좋은 기억입니다. 굉장히 술 냄새가 많이 나는 분이었습니다. 전날 과음을 하셨겠지요? 저를 처음 보자 묻습니다.
"취미?"
"네."
그다음 이어진 그분의 이야기가 너무 뇌리에 꽂혔습니다.
"그렇구먼, 뭐 어차피 몇 곡 카피 되고 좀 칠 수 있으면 연습 안 할거잖아? 취미니까 뭐 그 정도면 다 그렇더라고."
텍스트로 옮겨놓고 보니,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말인 듯 보이기도 하네요. 하지만 그날의 뉘앙스는 정말... 그 인상과 귀찮은 말투, 널 가르치는 것은 내 시간 낭비라는 누가 봐도 느낄 수 있는 표정. 정말 대단했죠. 크로메틱을 시키고 나갔다 30분 후, 돌아왔던 그분에겐 몹시 담배 냄새가 났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A4 용지 프린트 한 장을 주면서 다음주까지 숙제라고 하더군요.
둘 째날, 역시 크로메틱, 이번엔 패턴을 바꿔서 알려주더군요. 1,2,3,4 , 4,3,2,1 했으니 1,3,2,4 , 1,2,4,3 하자고...
그 분과는 그 날로 인사를 했습니다.
다시는 학원에 나가지 않았죠. 그분의 그런 행동과 배려(?)는 기타라는 악기에 흥미를 잃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실제로 그 뒤, 전 거의 2달 넘게 기타를 잡지 않았습니다. 레슨을 가기 전에는 못 쳤지만, 그래도 꾸준히 잡으면서 즐거웠거든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분은 대체 왜 그랬을까 싶습니다. 자신의 제자가 될 뻔한 사람에게 말이죠.
몇십 년 전 이맘때였을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는 그때 기타를 놓지 않았고, 몇 년 뒤, 저의 첫 스승을 만나 많은 사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형, 동생하면서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좋은 인연이 되었지요. 그리고 스승님을 만나, 얼마나 가르치는 사람이 중요한가를 깊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음악을 함에 있어, 그때의 가르침이 뿌리 내려, 큰 힘이 되고 있으니까요.
그분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갑자기 이런 기억이 떠오른 건, 아마 십몇 년 전 그날도 4월의 이맘때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때 기타를 놨거나, 그분에게 계속 배우려 버텼다면, 제 음악 인생은 또 달라졌겠죠? - 애초에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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