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른다.
첫 밴드의 첫 공연은 정말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무대 위의 감각은 그 어떤 경험보다 새로운 것이었다. 그 첫 공연에서 필자는 평생 잊지 못할 상황을 접하게 되는데......
첫 곡의 공연이 끝나고, 2번째 곡을 준비하던 때였다.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난 기타의 볼륨을 높였고, 앰프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상하다. 분명 모든 점검을 맞추고, 리허설도 끝난 터였다. 하지만 앰프는 아무 말이 없었다.
'2번 곡을 시작하겠습니다~' 라던 보컬 형의 멘크가 끝난 지 어언 2~3분이 흘렀다. 정말 2~3시간, 아니 2~3일 같았다. 나는 점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덩달아 엔지니어 분도 믹서 체크를 진행했고, 결국 무대 아래서 지켜보던 나의 기타 스승까지 무대로 올라왔다. 기타부터 시작한 라인을 따라, 하나씩 체크 중! 패치 케이블 하나가 살짝 빠져 있던 것을 스승께서 발견하셨다.
오! 스승이시어!!!!
2번째 곡? 그렇다. 망했다.
기타의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후유증은 바로 찾아왔다. 우리 밴드는 뒤이어 시작한 시작한 2번째 곡을 정말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원인이라면 당연히 필자다. 리허설과 첫 곡의 사운드가 아주 아름답게 빠지면서, 멤버 모두 아주 릴랙스 한 상태로 공연에 임했다. 하지만 나의 기타가 문제가 생기면서 필자는 안도의 한숨을, 다른 멤버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각 멤버들이 빨라졌다 느려졌다를 반복했고, 당연히 사운드는 묘하게 어긋났다. 서로의 이상함을 감지한 곡이 제대로 연주될 리 없었다. 그리고 감지한다고 해도, 15년 전 필자에게 수습할 수 있는 실력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그래도 다시 한번!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그렇게 2번째 곡을 망치고 나니, 모두 될 대로 돼라! 모드로 돌입했다는 거다. 모든 걸 내려놓은 초보 밴드는 매우 강력했다. 어차피 망해봐야 바닥이니,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었다.
다음 곡부터의 공연은 아주 재미지게 흘러갔다. 퀄리티도 만족스러웠고, 우리는 즐기고 있었으며, 관객들도 당연히 편하게 받아들였다. 중간에 피크도 떨어뜨리고 작은 해프닝도 있었지만, 무대 위에서 우리는 마지막 곡까지 아름답게 불태우고 내려왔다.
첫 공연의 큰 해프닝은 큰 교훈을 남겼다. 그리고 큰 경험치로 남았다. 또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아직도 공연하는 날에는 보드의 패치 케이블 전부를 확인한다. 음... 이건 트라우마인가? ㅎㅎㅎ 그래야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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