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Guitar Lab/기타평민이야기

합주실에 귀신이 산다. / 믿거나 말거나...

기타평민 2021. 1. 5. 10:00

우선 직접 격은 이야기는 아니라는 걸 말하면서 시작한다. 이전 포스팅에서 필자가 합주실을 만들었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2020/12/16 - [평민늬우스/기타평민이야기] - 첫 합주실의 기억 (부제 : 아지트가 필요했다)> 바로 이 합주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리의 합주실에는 늘 한 사람이 상주했다. 그 한 사람은 함께 했던 다른 밴드의 베이시스트였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합주실을 관리함과 동시에 숙식을 했다. 덕분에 필자와 다른 멤버들은 합주실 관리에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었다. 이건 그분의 이야기를 조금 각색한 글이다. - 편하게 정호(가명) 씨로 호칭하겠다. - 

 

 

TV...

어느 날은 자고 있는데, 특정 시간이 TV 가 켜졌다. 

 

'삐~~~~~~'

 

모든 방송이 끝난 채널 조정 시간. 언제 들어도 기분 나쁜 음은 계속 이어졌다. 꺼버렸다. 그 후, 몇 일동안 그 TV 는 그 시간만 되면 켜졌다. 아무리 찾아봐도 그 TV 엔 예약 기능이 없었다.

 

결국 정호는 TV 를 콘센트에서 빼고 잤다고 했다. 

 

 

가위와 소녀...

언젠가부터 정호는 가위에 잘 눌린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습기가 없고 괜찮게 만들어진 합주실이었지만, 지하였다. 그것도 완전 지하. 다들 몇 달째 여기서 살면 가위눌릴만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얘기가 좀 이상하다. 누군가 위에서 계속 쳐다본단다. 위에서 떠서 자신을 바라본단다. 정호는 무서워서 눈을 뜬적은 없다 했다. 농담으로 다들 실눈 한 번 떠보라며 웃어댔다.

 

그 후로 몇 일이 지났을까? 나는 후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호는 시선의 압박에 조금 화가 났던 것 같다. 결국 눈을 떴다고 했다. 뜨자마자 하얀 옷의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죽어~'

 

정신못차리고 굳어 있는데, 그녀가 갑자기 양손으로 목을 졸랐다. 

 

'죽어!!!!!!!!!!!!!!'

그렇게 정호는 잠에서 깼고, 한동안 친구 집에서 잤다고 한다.

 

 

리듬감 있는 그녀

드럼을 치고 있었다. 어설픈 시공이었지만, 합주실의 방음은 의외로 괜찮았다. 밤늦은 시간에 드럼을 쳐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 날 연습했던 밴드의 드러머는 합주 중, 소름 끼치는 한 마디를 들었다. 

 

'잘 좀 쳐봐.'

 

 

여자 목소리였다. 그 밴드의 멤버 중 여자는 보컬 뿐이었다. 노래를 부르고 있는 보컬이 드러머의 귀에 속삭일 수 있을 리 없다. 드러머는 스틱을 잠시 놨다. 

 

 

후기?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좀 더 자세하게 그 목소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특히 드러머랑 정호는 목소리 톤에 대해 얘기할 때, 서로가 같은 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그나마 귀신이 하나인 것같아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그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 팀의 드러머는 결국 밴드를 그만뒀다. 정호도 합주실에서 잠은 될 수 있으면 피했다. 

 

귀신들은 크고 리듬감 있는 악기들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합주실이나 녹음실에 그렇게 출몰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 거라고. 지금도 분명 어떤 합주실에는 구석에 조용히 앉아서 듣고 있는 누군가가 있겠지? 아직도 나는 가끔 합주할 때, 합주실 구석들을 한 번씩 훑곤 한다.